새해가 첫날이거나 월요일이거나 혹은 괜스레 기분이 전환되는 날이면 한껏 들떠 거창한 계획을 세웁니다. 손글씨로 정성껏 적은 다이어리 첫 장, 색색의 펜으로 구분한 시간표 그리고 야심 찬 목표들까지. 이대로만 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 같기도 하죠. 하지만 매번 제자리에 머뭅니다. 분명 계획은 세웠는데 현실은 멈춰버렸죠.
그렇다고 해서 게으르다는 자책으로 마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지가 아니라 착각 때문일 수 있으니까요. 계획만 세우고 끝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착각 3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생각보다 사소하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착각들이니까요.
(1)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 성취했다고 느끼는 착각
계획을 세울 때 들뜬 기분을 느껴본 적 있지 않나요? 펜을 잡고 목표를 정리하는 순간 마치 이미 그 일을 해낸 사람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 쾌감은 꽤 강렬하죠. 문제는 그 성취감이 너무 강하다는 겁니다. 심리적 보상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실행 동력이 약해지는 거예요.
30일 운동 루틴을 캘린더에 정리해 놓고는 첫날부터 운동 대신 넷플릭스를 켜는 나. 이상한 게 아닙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 이미 운동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죠. 더 놀라운 건 계획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성과는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 사회적 인정을 미리 받아버리면 행동의 필요성이 줄어드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건 '계획은 5분, 실행은 50분'이라는 감각입니다. 계획이 아무리 정교해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불완전해도 괜찮습니다. 일단 한 발을 떼는 것이 완벽한 설계보다 현실을 바꿉니다.
(2)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강할 거라는 착각
'내일부터는 진짜 달라질 거야.'
이 말, 얼마나 자주 되뇌셨나요? 지금의 나는 피곤하고 집중도 잘 안 되지만 내일의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명상도 하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할 것 같죠. 이건 '시간적 낙관주의'라는 심리학적 오류입니다. 미래의 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지금은 할 수 없는 계획을 세우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피로, 같은 유혹, 같은 환경. 밤 12시에 자는 사람이 내일부터는 10시에 잘 거라고요? 그보다는 30분 일찍 자는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게 현실적이죠. 주 5회 운동? 일단 주 1회부터, 아니 하루 10분 걷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릅니다.
변화는 현실적인 기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를 찾고 거기서부터 출발하세요. 미래의 슈퍼맨을 기대하지 마세요. 지금의 평범한 나에게 맞는 계획이 훨씬 더 강력합니다.
(3) 동기부여만 있으면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착각
동기부여 영상 한 편을 보고 나면 '나도 뭐든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샘솟습니다. 자기 계발서를 읽은 후 갑자기 세상을 다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도 따라오고요. 문제는 그 뜨거움이 3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겁니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동기부여의 유효기간은 평균 72시간. 그 이후에는 원래의 상태로 회귀합니다.
결국 동기부여는 기폭제일 수는 있어도 연료가 되지는 못합니다. 진짜 필요한 건 루틴이고 시스템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할 때 동기부여가 필요한가요? 아니죠. 그냥 습관이니까 합니다. 운동도 글쓰기든 공부든 습관화가 되면 생각보다 쉽게 몸이 움직입니다.
습관을 만들려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선택지를 줄이고 의지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설계하는 거죠. 운동을 하고 싶다면 운동복을 침대 옆에 두세요. 책을 읽고 싶다면 침대에 책을 올려두세요. 핸드폰 사용을 줄이고 싶다면 침대 밖에 두고 주무세요. 결국 일상을 바꾸는 건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구조'입니다.
계획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계획만으로는 아무 일도 바뀌지 않습니다. 바꾸는 힘은 행동에 있습니다. 지금껏 반복된 실패가 있다면 그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착각에 빠져 있었을 뿐이에요.
이제부터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불완전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먼저입니다. 내일의 대단한 내가 아니라 오늘의 소박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을 정하고 그것을 반복 가능한 구조로 만드세요. 그게 진짜 변화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작게 시작하고 꾸준히 반복하세요. 계획은 책상 위에 변화는 나의 발걸음 아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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